용인 보정동 신라 고분의 내부. 바닥이 물이차고 벽에는 곰팡이와 이끼가 피어있다. 곽태영 기자
15일 오후 4시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삼막곡터널 상부. 수지-신갈 도로가 지나가는 이 터널 위에는 사적 500호로 지정된 '보정동 신라 고분' 12기가 복원돼 있다. 2기는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관람시설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투명해야 할 관람대는 이끼 등 이물질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상태다. 관람대 아래 틈새로 들여다본 고분 내부는 더 심각하다. 바닥에 물이 차 있고 벽면 곳곳에는 이끼와 곰팡이가 듬성듬성 피어 있다.<사진 참조>
경기도 용인시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국가사적이 훼손되고 있다. 용인 보정리 고분군은 삼국~통일신라시대(6~9세기 말)까지 장기간 조성된 각종 신라시대 고분 80여기가 밀집해 있다. 이 가운데 12기는 2008년 수지-신갈 도로가 개설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삼막곡터널 위로 이전, 복원됐다. 이듬해 6월 문화재청은 보정동 산 121-2 일대 18,740㎥를 사적 제 500호로 지정했다. 보정리 고분군은 6세기 후반 축조된 앞트기식 돌덧널무덤, 돌방무덤 10여기와 굽다리 긴목항아리·굽다리접시 등 다수의 유물이 출토돼 역사·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용인시는 문화재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용인 보정리 고분은 내부를 보존처리해서 보여주게 되어 있는데 물이차고 이끼와 곰팡이가 피어 무덤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며 "용인시의 무지한 행정 탓"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경기문화재단과 현장을 확인한 결과 물이 스며드는 정도가 아니라 복원과정의 설계, 공사가 잘못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됐다"며 "당시 설계업체에 원인과 향후 조치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인 파악이 되면 경기도에 긴급보수사업을 신청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복원공사가 끝난 지 5년이 지나 설계상의 문제 등을 거론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다. 황 소장은 "2008년 복원 당시 관련 공무원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설계에 관여해 공사가 이뤄졌는데 이제 와서 설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용인시의 문화재 관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