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직무대행 이영근 부사장)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 보존위원회가 인천공항 내 전통등을 설치하자는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지난 4월 인천공항 내 동자 동녀를 전통 한지로 제작한 전통등(傳統燈)을 설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에서는 “특정 종교시설물 설치 불가”입장을 전했다.

최근 5년간 매년 크리스카스 때마다 트리를 세우고 점등식까지 진행한 인천공항측이 이번 연등회보존위원회 요청을 특정 종교시설물을 이유로 들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불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부장 진명스님)는 오늘(5월10일) “인천공항공사는 2007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점등식 행사를 성대하게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300여년 전통의 연등회 전통등 설치를 거부한 것은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기회를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며, 나아가 전통문화와 불교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 4월부터 연등회보존위원회는 한국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동자 동녀를 형상화한 전통등 설치를 인천국공항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는 특정종교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항의방문하고 2차 공문을 전달해, 국보 제112호인 ‘감은사지 삼층석탑’ 등 2기를 설치할 것을 재요청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측은 지난 9일 답변을 통해 “전통등 설치는 공항운영과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시설물 설치를 제한한다”며 공항 내부에 전통등을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 대신 공항 외부의 3층 주정차장에 가로연등을 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인천공항의 이 같은 회신에 총무원 문화부는 “전통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등회는 매년 약 3만여명의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등(燈) 축제로서 올해 한국관광공사는 직접 외국인 400명을 모집하여 연등회 연등행렬에 직접 참가할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임에도 특정종교 시설물로 치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컬처포트(Culture-Port)를 내세우는 인천공항의 정책과도 맞지 않다. 상설공연, 전통문화거리 조성, 역사문화전시관 등을 개관하고 단오 등 세시풍속까지 챙겨 외국인 대상 이벤트를 진행해 온 인천공항이 정작 한국 고유의 문화인 전통등을 외면한 것은 말뿐인 ‘컬처포트’임을 반증한다.

종교간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인천공항이 크리스마스 때마다 공항 1층 밀레니엄홀에서 대형 트리를 세워 점등식까지 하는 반면, 전통등은 종교색을 이유로 공항 내에 설치하지 못하게 하고 실외 가로연등 설치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특정종교에 대한 차별로 보기에 충분하다.

조계종에서는 전통문화와 불교에 대한 명백한 차별행위로 봤다. 문화부는 “한 달 동안 수차례 협조공문과 방문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전통등 설치를 거부한 인천공항공사의 처사에 유감을 표한다”며 “지금이라도 인천공항공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통등을 특정종교 시설물로 본 것에 대해 인천공항 항공영업처 담당자는 “공문이 조계종에서 왔기 때문에 특정종교 시설물로 보고 설치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크리스마스 이벤트와 관련해서는 “연말 마케팅 차원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진행한 것”이라며 “석가탄신일에는 상업시설들이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인천공항 밀레니엄홀에서 진행된 크리스마스 점등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