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정종…? 정약용…?”(서연)
칠판에 붙인 대형 지도에 자신이 사는 곳을 표시하라던 대학 1학년 교양수업 건축학개론 첫 강의. 제주도에서 서울로 갓 이사 온 서연(배수지)은 교수의 질문에 쩔쩔맸다. 교수는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이 바로 건축학개론의 시작”이라며 자기 동네를 사진으로 찍어 보라는 과제를 내준다. 주인공 서연과 승민(이제훈)의 발걸음은 정확히 한곳에서 겹쳐졌다.
서울 성북구 정릉(貞陵). 400만 관객을 첫사랑의 추억에 빠져들게 만든 영화 ‘건축학개론’(2012년)의 배경이다. 카메라로 단풍이 물든 정릉 곳곳을 담던 승민의 뷰파인더 속에 서연이 뛰어들어 “저 알죠?” 하고 첫인사를 건넨 곳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끝내 나오지 않는 정릉의 주인은 조선 태조의 두 번째 부인이자, 조선의 첫 번째 국모(國母)인 신덕왕후 강씨(神德王后康氏)다. 고려 말 호랑이 사냥을 나선 이성계가 목이 마르다고 하자 우물에서 길은 물을 담은 바가지에 “천천히 드시라”며 버들잎을 띄워 줬다는 바로 그 여성이다. 미모뿐 아니라 든든한 집안 배경과 지략까지 겸비한 그는 태조의 총애를 받는다.
이 때문에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이지만 정릉은 아담하다 못해 단출하다는 느낌까지 준다.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고 ‘정릉입구’에서 내린 뒤 좁은 골목을 10여 분 걸어 올라가면 나온다. 300년 넘은 느티나무 보호수를 비롯해 수령이 수십 년 된 활엽수와 침엽수들이 둘러서 있어 계절마다 보기에 시원스럽다. 맑은 시냇물을 낀 2.5km 거리의 산책길도 조성돼 있다. 점심시간 관람권이나 상시 관람권(1개월), 시간제 관람권(1년)을 끊어 산책하듯 방문하는 동네 주민도 많다.
7월 경전철 우이신설선이 개통되면 인근에 정릉역이 생겨 찾아오기는 더 쉬워질 것 같다. 자가용을 타고 오면 정릉을 둘러본 뒤 북악스카이웨이를 드라이브하면서 야경을 즐기는 것도 좋다. 관람료는 1000원. 오전 10시와 오후 2, 4시에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능 바로 앞까지 올라가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일.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