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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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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신 '영동할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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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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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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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턱, 화려한 칠머리당영등굿이 시작된다 평소 바람의 변덕이 예사롭지 않은 제주이지만 음력 2월의 바람은 특히나 험난하다. 비바람을 몰고 오는 영등할망 때문이다. 이때 찾아오는 영등신을 잘 모시고 보내야만 한 해의 바다 농사도 잘되고 섬사람도 무탈할 수 있다고 믿기에 섬 전역에는 영등신앙이 전승되고 있다. 제주도 마을마다 토지와 주민을 수호하는 신을 모신 본향당(本鄕堂)이 있는데, 제주시 건입동의 본향당 이름은 칠머리당이다. 건입동 칠머리당에서 치르는 영등굿은 제주 당굿의 원형과 의미가 잘 보존돼 있어 국가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다. 음력 2월 1일이 되면 어김없이 건입동 칠머리당에 찾아드는 영등할망. 이를 맞이하기 위한 환영제와 그로부터 10여 일 후에 펼쳐질 송별제 준비로 주민들은 약 2주간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영등환영제는 제주시 수협직판장에서 치르고, 송별제는 칠머리당에서 진행한다. 의례 준비 중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기메’라 불리는 독특한 모양의 장식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종이를 자르고 접는 칠머리당영등굿 김윤수 예능 보유자의 손길에 정성이 가득 실렸다. “대개는 백지나 색지를 접어 지화(紙花)를 만들지만, 저희는 대나무에 매달 기메를 만듭니다. 만드는 이의 철학과 솜씨가 그대로 남는 예술작품이죠. 동그라미가 반복되는 지전(紙錢)은 현금 대신 바치는 것이고, 지게 살장이라 불리는 기메는 신의 길을 밝히는 초롱불입니다. 기메는 인간과 신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수십여 가지의 형상을 한 기메는 영등굿의 화려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영등환영제는 참여자의 이름을 거명하며 행운을 비는 초감제(初監祭), 풍어 기원, 조상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연희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반면, 영등송별제는 신에게 술과 떡을 올리는 추물 공연과 용왕을 맞아들이는 의례인 요왕맞이, 수수의 씨를 가지고 한 해 수확량을 점치는 씨점, 마을 노인들이 짚으로 만든 배를 바다로 내보내는 배방선 띄우기 등을 치른다. 기존에는 수탉을 던져 마을 전체의 재앙을 막는 도액막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반면 새로이 부활한 영감놀이는 해녀들을 아프게 한다는 도깨비에게 술과 고기를 대접하는 의식이다. 없던 것이 생기면서 굿판이 더욱 커지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속 의식을 넘어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 제주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한다. 악사는 특별히 없고 심방을 돕는 작은 무당 소미가 그 역할을 한다. 칠머리당영등굿은 심방에 의해 진행되지만, 제례의 주인공은 주민들, 바로 해녀와 배의 주인들이다. 해녀의 경우 2~3일 정도 공동작업을 하며 얻은 수입을 용왕상에 올릴 제물을 장만하고, 각자 조상을 위한 상을 마련하는 데 쓴다. 떡, 생선, 나물, 술, 향, 초 등이 보편적이다. 이처럼 그들은 제례에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고 신령들에게 공양물을 바치며 신변의 안전과 해산물 수확에 대한 소원을 빈다. 모든 의식을 마치면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배방선과 제물들을 바다로 던지며 다음과 같이 소원을 외친다.
매년 일정한 시기에 치러지는 의식이자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한 영등굿은 제주도 사람들에게 일체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의식을 통해 바닷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드넓고 신비로운 바다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영등할망은 제주도민들에게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바다를 휘저어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영등이 지나간 자리에는 속을 다 까먹은 조개껍데기만 남는다는 것도 두려움을 일부 반영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영등에 대한 주민들의 주된 정서는, 영등신이 씨를 뿌려줘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바다를 다시 맑게 해서 해조가 잘 성장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영등굿에 참여한 중년의 아주머니는 “옛날 어머니 때부터 영등할망 들어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는 진짜 할머니가 오는 줄 알았다니까요. 다 커서 영등굿을 보고 있으면 저마다 소원도 빌고 이웃의 평안도 기원하는 좋은 전통인 것 같아요”라며 더 많은 사람이 영등굿을 보러 왔으면 하고 바랐다. 세계와 통하는 제주 전통문화 예능 보유자를 비롯해서 전수 조교, 전수 장학생 등 40여 명의 구성원이 활동하고 있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생생문화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영등굿은 물론, 영등 신화와 기메지전(종이공예) 등을 체험하는 기회를 통해 사람들이 더욱 친근히 전통을 접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제주 전통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인 수강생을 대상으로 제주 신화와 음악적 측면의 제주 전통문화, 전통 무속과 악기를 배우는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 영등굿에 대해서는 예능보유자인 김윤수 심방과 제주문화를 연구하는 박사과정 연구자, 제주 신당과 당굿에 대한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미국인 작가까지 탄탄한 강사진을 구성해 제주 영등굿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 수강자는 “강좌가 거듭될수록 서로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며 제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중에서도 북 강좌는 특히나 흥겹고 즐거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상생해 나가는 선조의 지혜가 담긴 칠머리당영등굿이 세계적으로 더욱 인정받는 문화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글‧최은서 사진‧제주시청 |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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