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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30) 천마도-말이냐 기린이냐
글쓴이 tntv 등록일 [2017.03.24]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30) 천마도-말이냐 기린이냐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에는 불국사 첨성대 석굴암 등 국보급 유물이 즐비합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가면 반드시 들르는 필수 코스였지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문화재를 꼽으라면 천마총(天馬塚)이랍니다. 천마총은 ‘황남빵’으로 지명이 잘 알려진 경주 황남동 고분 가운데 155호로 1973년 8월 23일 천마도(天馬圖·국보 207호) 등 숱한 유물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요.

천마도가 그려진 말다래(옷에 흙이 묻지 않도록 말에 단 장식품·가로 75㎝, 세로 53㎝, 두께 0.6㎝)는 1500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으면서도 썩지 않았고, 하늘로 비상하는 말을 형상화한 천마도는 이제 막 그린 듯 선명한 상태였다죠. 신라시대 유일한 회화인 천마도는 햇빛과 공기가 닿지 않도록 응급처치를 받은 뒤 곧바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졌습니다. 자칫 햇빛에 노출되면 천마도의 색이 바래는 등 손상될 소지가 컸기 때문이지요.

황남동고분 155호는 천마도 출토로 천마총(天馬塚)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경주 김씨 집안에서는 김씨 성을 가진 왕의 무덤일지 모르기 때문에 말무덤(천마총)으로 명명하는 게 마땅치 않다며 국회에 개명청원서까지 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는군요. 이후 천마도의 주인공이 말이 아니라 봉황, 용, 거북과 같은 상상속의 동물인 기린(麒麟·아프리카 기린과는 다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특별전 출품을 위해 천마도를 적외선 촬영(1200만화소)한 결과 동물의 정수리 윗부분에서 반달형 사슴 외뿔 모양의 그림을 확인했습니다. 정수리 한가운데 솟아난 데다 다른 주변 갈기 형태와도 확연히 구별된다는 점에서 뿔이 틀림없고 뿔을 가진 천마는 없다는 이유로 기린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답니다.

중국 문헌 ‘역전’에 따르면 기린은 성왕(聖王)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 출현한다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이리의 얼굴을 한 머리 위에 사슴의 뿔이 달렸고 몸과 다리는 말의 형상이며 꼬리는 소와 닮았다고 합니다. 1996년 보존처리를 위해 적외선 촬영(30만화소)할 당시에도 뿔처럼 보이는 일부분이 드러나 천마도 모델이 ‘천마냐 기린이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답니다.

머리 위에 귀처럼 생긴 두 개의 돌출 부분이 뿔이라는 의견부터 현재 도드라지게 보이는 뿔 형상이 단순한 갈기라는 해석까지 다양한 분석이 분분하게 터져나왔지요. 하지만 고고학계 많은 학자들은 그림이 전반적으로 승천하는 말의 모습을 닮았고, 자작나무 껍질로 된 말안장에 그려진 점 등을 근거로 천마를 형상화한 게 맞는다는 입장입니다.

이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말은 천마도에서 표현된 것처럼 꼬리가 하늘을 향해 서있는 법이 없다는 이론도 있고 기린의 뿔은 살과 같아서 받아도 사람을 해치지 않아 인(仁)의 상징으로 여긴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천마도 발굴 37년을 맞아 이런 논쟁은 고고학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지만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그 가치가 조금이라도 폄하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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