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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발자취] 중원 고구려비 등 발굴한 미술사학자
글쓴이 tntv 등록일 [2017.04.10]



[발자취] 중원 고구려비 등 발굴한 미술사학자

입력 : 2017.04.08 03:01 | 수정 : 2017.04.08 08:32

정영호 前 단국대 박물관장
10년간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

정영호 前 단국대 박물관장

“그날 내가 팬티만 입고 경주 감포 바닷속으로 들어갔어요. 문무왕이 수장된 대왕암을 찾고 있는데 암초들 사이 빈 공간에 진짜로 거대한 바위가 있었지. 대나무 장대를 쑤셨더니 그 복판 바윗돌 밑에 큼직한 구멍이 뚫려 있는 거야. 바닷물이 동쪽에서 들어왔다가 서쪽으로 나가도록 인공을 가한 흔적이지요. 문무왕의 바닷속 왕릉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원로 미술사학자 호불(豪佛) 정영호(83) 전 단국대 박물관장 겸 석좌교수가 7일 오후 별세했다. 2일 새벽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제198호), 충주 중원 고구려비(국보 205호)를 찾아낸 주인공이다. 1950년대부터 유적·유물 수백 점을 발굴·조사한 공로로 1979년 대한민국문화상 대통령상, 2001년 만해학술상을 받았다.

두 달 전 경북 경주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기운이 넘쳤다. 정 교수는 30대 때 무용담을 신나게 얘기했다. 1967년 5월, 스승인 초우(蕉雨) 황수영(1918~2011) 박사가 조직한 신라 유적 조사단이 대왕암 조사를 위해 배를 띄웠다. 대왕암을 찾는 일은 국내 미술사학 선구자인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의 숙원이었다. 우현의 제자인 황 박사가 자신의 제자인 정 교수 등과 함께 일궈낸 쾌거가 이날의 대왕암 발견이다.

정 교수는 1952년 서울대 사대 역사과에 입학하며 고고미술학에 입문했다. “1946년 경주에서 호우총 고분을 발굴할 때 우리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일했던 일본인 주임의 지휘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 우리 문화재를 우리 손으로 조사해 발표해야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졸업 후 숙명여고 역사 교사가 됐고 미술사학 거목인 황수영 박사 등이 주축인 고고미술동인회에서 활동했다.

2006~2015년 10년간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 강사로 활동했다. 그의 해설을 들은 교사는 5200여명, 일반인 1900여명에 이른다. 해박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으로 낯선 문화재 용어를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했다.

그는 1977년부터 일본 쓰시마(對馬)섬을 200여회 방문해 한국 문화 유적을 발굴했다. 조선 말기 쓰시마에서 순국한 면암(勉庵) 최익현, 신라 충신 박제상 등 그곳을 거쳐 간 선현을 기리는 비석 10개를 세웠다. 2004년 쓰시마 주민들이 한·일 교류사 연구와 친선에 애써온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기념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감포 앞바다 대왕암이 내다보이는 언덕에는 우현과 초우의 추모비가 있다. 정 교수는 3년 전 스승인 초우의 추모비를 세우면서 “대왕암 조사에 참여했던 분이 모두 떠나고 이제 나만 남았다”며 울먹였다. 2014년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한 그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답사복 입고 군화 딱 신으면 힘이 난다”고 했다.

유족으로 부인 민대자씨와 딸 혜림·혜정·순미·윤정씨, 사위 허중권·임승순·황정문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 10일 오전 8시, (02)3010-2230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8/20170408001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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