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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문화유산 답사기]등록문화재 제107호 춘천 강원도지사 구 관사
글쓴이 tntv 등록일 [2017.04.27]
춘천의 근대 역사가 스며있는 건축으로의 희소성 - 등록문화재 제107호 춘천 강원도지사 구 관사 봄이 오면 가벼운 나들이 장소로 쉽게 춘천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청춘과 젊음, 그리고 호반의 도시로 여겨왔던 춘천에서도 근대 건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독특한 외관과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역사성을 인정받았다. 과거 춘천문화원으로도 사용되었던 이곳은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공관 용도에서 춘천문화원으로의 역할 변화
역사상 춘천은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해 왔다. 성호 이익은 그의 저서인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춘천을 ‘한 사람이 입구를 막으면 만 명이 쳐들어와도 뚫을 수 없는 요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봉황을 닮은 봉의산은 몽골항쟁, 한국전쟁 등 국난이 있을 때마다 천혜의 환경을 이용하여 춘천을 사수하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지금도 가파른 산등성이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봉의산성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임오군란 발생 이후, 고종은 유사시를 대비한 피난처를 모색하고자 봉의산 자락에 위치한 춘천 유수부 관아에 이궁(離宮: 임금이 국도의 왕궁 밖에서 머물던 별궁)을 건립하기로 하고 2년간의 공사 끝에 1890년 완공했다. 이궁이 춘천에 위치함으로써 원주에 있던 강원감영이 폐쇄되고 1896년 춘천이 강원도 수도가 되어 오늘의 강원도청 소재지가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전쟁 기간 원주로 임시 이전했던 도청을 휴전 후, 춘천으로 다시 이전하면서 전후 복구 사업과 더불어 도청사를 이궁 터에 신축하게 되었다. 도청사를 신축함에 따라 자연스레 강원도지사 공관의 건립도 이뤄졌는데안타깝게도 공관 건립 시기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추정해 볼 수밖에 없다.
강원도가 펴낸
<근대 문화유산 목록화 및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지사 공관의 건립 시기를 1964년 11월 1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허가 일자가 1959년으로 정리된 건축물대장과 4·19의거로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강원도 내 에 자유당 권력이 강력했던 점, 그리고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이대근 전 춘천문화원장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1960년 이전인 1959년에 강원도지사 공관이 건립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건물은 1998년까지 강원도지사 공관으로 사용되다가 1999년 1월 25일 춘천시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 3월 18일 춘천문화원이 이전해오면서 건물의 용도가 크게 변화했다. 주거의 기능을 하던 공간은 업무·강의 등의 문화원 용도에 맞 게 변경공사를 진행했다. 춘천문화원이 2010년 새로운 건물로 이전하기 전까지 이 건물은 춘천 지역의 향토문화 발전을 담당하는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다해 왔다.

(좌) 곡선으로 연결된 난간 (우) V자 기둥의 캐노피
근대 건축의 양식을 지닌 역사성으로 남다
춘천시청 뒤편에 위치한 옛 춘천문화원 건물은 주변보다 높은 곳에 있는 데다가, 건물 주위에 나무를 많이 심어 외부 사람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당시 고위 인사들이 이곳에서 도정을 논의하거나 상류층의 접객 장소로 배려되었음을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왼쪽으로 휘어진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면 작은 규모의 흰 건물에 툭 튀어나온 캐노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형태는 일반적으로 관공서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차량이 직접 현관 입구까지 진입해 승하차 시 편리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한, 캐노피의 하중을 지탱하는 V자형 기둥은 일종의 승리를 상징하도록 의도해서 만든 듯하다.
옛 춘천문화원의 평면 구성은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덧붙여가는 비대칭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관공서의 대칭적 배치가 권위적 상징으로 통하던 당대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파격적인 형태로서 설계자의 의도 혹은 도지사의 건축적 식견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계단의 50cm 남짓한 난간에 걸레받이, 난간벽, 황동 손잡이를 조화롭게 설치했고, 계단의 모서리에서 꺾이는 콘크리트 난간벽과 황동 손잡이를 부드럽게 곡선으로 처리하여 세밀하게 시공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건물의 가장 넓은 2층 강의실은 한쪽 벽 대부분을 긴 창으로 처리해 난간과 외부가 자연스럽게 연속성을 갖게 했다. 이렇듯 강원도지사 공관이 건립되던 시기의 근대 건축이 가진 특징을 반영하여 평활한 백색 평면, 넓은 유리창, 직사광선이나 빗물을 방지하고 환기를 목적으로 하는 루버(louver: 가느다란 널빤지로 빗대는 창살)를 부분적으로 설치했다. 하지만 당시 전후복구라는 시급한 상황으로 인해 국제주의 건축양식을 완전히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했을 것이다.
옛 춘천문화원 건물은 1950년대 말 어려웠던 경제 상황이나 건축이 반영하는 사회상 등을 고려할 때 보기 드문 근대건축물로 인정받아 2004년 9월 4일 등록문화재 제107호로 등록·관리되어 오고 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건물 옆에 심었던 느티나무 밑동은 지름 1m가 넘고 하늘로 뻗어 올라간 가지는 공관을 포위라도 하듯이 자라있어 도심 속 작은 오아시스를 연출하고 있다. 문화란 역사와 공간,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것임을 이곳을 통하여 느낄 수 있다.
현재 춘천시는 2018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새로운 청사를 짓고 있다. 이에 따라 옛 춘천문화원에 대한 이전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에서는 이전에 따른 타당성이 부족하고 문화재가 가진 역사성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림으로써 현 위치에서 보존하는 것으로 긴 논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춘천의 새로운 청사는 근대건축물을 품은 전국 유일의 청사가 될 것이다. 앞으로 이 건물은 춘천과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기증받아 시의 행정전시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역 주민들과 밀착된 문화공간이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 및 휴게공간으로 활용해 옛 춘천문화원의 북적거림이 되살아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류종수(춘천문화원 원장)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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