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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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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고, 비울 때 비로소 행복한 미니얼 라이프 '충재 권벌의 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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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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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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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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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대인들은 뭐든 넘쳐나서 선택하는데 강박을 느낄 정도라니, 그것 또한 불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덜어내고 버린다는 말이 물질과 정신, 그 모든 것에 적용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꼭 완벽한 무소유(無所有)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거둬낼 때 모든 것은 그것이 갖고 있던 본래의 가치와 기능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다 보니 정작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모르는 지경에 이른 것이겠지요. 제 작은 서재를 구경시켜드리면 이 이야기가 좀 더 쉽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세 진사에 오르고 42세 예조참판에 올랐지만 기묘사화가 일어 저는 낙향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가의 인연을 따라 경북 봉화에 있는 닭실마을에 터를 잡았고 밀양부사로 관직에 나가기 전까지 약 15년간을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구암정이란 정자와 저의 호인 충재(沖齋)를 붙인 서재를 하나 지었습니다. 한서당(寒栖堂)이라 부르기도 했지요. 후에 구암정은 제 아들의 호를 따서 청암정이라 이름을 바꿨습니다. 높고 화려한 청암정과 마주보고 있는 한서당의 모습은 한없이 수더분합니다. 정면에서 보면 3칸, 측면에서는 1칸으로 아주 간소한 공간이지요. 사람들은 한서당이 수려한 청암정 곁에 있어 더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은 책을 읽고 학문을 닦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공간을 오직 나 하나로 온전히 꽉 채울 수 있었습니다. 필요한 것만 남겼을 때 생각의 여지와 여유를 얻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삶을 강직하고 격조 있게 살기 위해 평생을 수신제가(修身齊家)했지만 저만 특별해서 이러한 이치를 깨달은 것은 아닙니다. 이황의 도산서당이나 조식의 산천재 등을 빗대어 ‘선비의 집은 세 칸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삼간지제(三間之制)’란 말이 전해오고 있으니까요. 걸음, 의복, 공간 등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그 사람을 닮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평소 애독했던 책이 바로 ‘근사록(近思錄)’인데요. ‘손에 닿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란 의미지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심오한 것을 이끌어 내는 사유의 흐름입니다. 이 책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경회루에서 떨어진 근사록을 보시고는 중종께서 “틀림없이 권벌이 보던 책일 것이다”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변화가 곧 삶의 방식을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 최소한만을 남기기 위해 솎아내는 작업은 비로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현대인들은 버릴수록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 같고,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버림의 미학’은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 버린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나 욕심에서 벗어나 나를 알아가는 탐구의 단계이며 삶의 본질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글‧최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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