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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1930년대 《조선일보》는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신문이었다
글쓴이 tntv 등록일 [2017.07.26]



1930년대 《조선일보》는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신문이었다

‘조선의 어린 벗들이여! 웃어라. 웃는 편이 좋다’

⊙ 검열로 훼손된 《조선일보》 1930년 3월 21일 자 5면 … 총독부 극비문서로 확인
⊙ 일제, 조선독립 풍자·총독정치 저주·궁핍 노래한 시 검열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조선일보》 1930년 3월 21일 자 5면은 검열로 훼손됐다.(사진 참조) 《조선일보》 본사 자료실도 5~6면이 없는 상태다. 국립중앙도서관이 보관 중인 마이크로필름을 통해서만 훼손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1930년 6월 15일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과에서 간행한 극비문서 〈언문신문(諺文新聞)의 시가(詩歌)〉.
  어떤 내용이었기에 기사가 무참하게 훼손됐을까. 기자는 1930년 6월 15일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과에서 펴낸 극비문서 〈언문신문(諺文新聞)의 시가(詩歌)〉를 입수, 삭제된 기사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문서는 현재 고려대 도서관 문서고(庫)에 보관돼 있다.
 
  당시 총독부는 1930년 1~3월 사이에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외일보》에 실린 시(언문)와 동요를 3가지 항목, ①조선독립(혁명)을 풍자해 단결투쟁 종용 ②총독정치를 저주하고 배일(排日) ③궁핍을 노래하고 계급의식 도발 등으로 분류했다.
 
  총독부는 이 분류에 따라 ‘문제 시’ 134편을 골라 극비문서 〈언문신문의 시가〉에 실었다. 이 문서에는 《조선일보》 3월 21일 자에 실었다가 검열로 사라진 시를 일어(日語)로 게재했는데 제목은 〈友達に〉, 풀이하면 〈벗들에게〉다. 극비문서는 이 시를 ‘총독정치를 저주하고 배일’한 시로 분류했다. 삭제된 기사 중간에 시가 삽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음은 시 전문.
 
 
  〈벗들에게〉
 
  조선의 어린 벗들이여!
  나는 이 민족의 귀중한 꽃봉오리,
  무덤같은 우리 민족의 산(山)을,
  꽃 밭에서 바꿔 놓을 기대(期待) 부푼 꽃봉우릴세,
  이처럼 귀중한 우리들이건만,
  단 한번도 사람답게 기를 펴고 웃을 수 없네.
  아 조선의 수많은 남녀 어린이들아!
  슬프기야 꽤나 슬프리라.
  슬픈 일들이야 어찌 다 말하랴.
  하지만 부디부디 얼빠진 바보 얼굴랑 하지를 마라.
  우리를 지켜보는 어버이 가슴 속을 얼마나,
  아! 얼마나 두근거리고 있을 것인가.
  웃어라 웃는 편이 좋다 울던 입술랑 굳게 다물고,
  봄비에 젖은 복숭아 꽃봉우리.
 
  극비문서 〈언문신문의 시가〉에는 〈벗들에게〉를 포함, 《조선일보》에 실렸다가 총독부 검열에 적발된 시 78편도 담고 있다. 같은 시기(30년 1~3월) 《동아일보》 32편, 《중외일보》 24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다. 총독부는 다만, 〈벗들에게〉를 제외하고 다른 시들은 사전검열을 통해 삭제하지 않았다. 다음은 《조선일보》 게재 시 78편 중 3편을 소개한다.
 
 
  ① 조선독립(혁명)을 풍자해 단결투쟁을 종용한 시
 
《조선일보》 1930년 1월 5일 자에 실린 신춘문예 동요 가작 〈맹서〉.
  〈맹서(盟誓)〉
 
  이정구(李貞求)
 
  아버지시어 -
  당신은 만약 당신의 아들을 위해
  온 세상 어두운 길을 닦다가
  힘이 모자르시다면
  내 한 해 두 해 길러온 힘이 있삽나니
  그대를 위해 이 힘을 안 바치오리
 
  아버지시어 -
  당신이 만약 당신의 아들을 위해
  무섭게 싸우다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신다면
  내 한 해 두 해 모아둔 피가 있삽나니
  그대를 위해 이 피를 안 드리오리
 
  (이 시는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요부문에 가작으로 뽑힌 작품이다. 《조선일보》 1930년 1월 5일 자 게재.)
 
 
  ② 총독정치를 저주하고 배일(排日)한 시
 
《조선일보》 1930년 2월 2일 자에 게재된 안송의 〈울 엄마 눈물〉.
  〈울 엄마 눈물〉
 
  안송(安松)
 
  울 엄마 눈물은
  많기도 해요
  나는나는 유치원 다닐 때고요
  울 오빠 큰 학교
  다닐 때는요
  울 아버지 가막소 들어갔다고
  엄마는 자꾸자꾸 울어댔지요
 
  울지 않던 울 엄마
  또 우십니다
  나는나는 학교서
  늦게 오니깐
  울 오빠 청년회서
  잡혀갔다고
  울 엄마 자꾸자꾸
  눈물 흘려요
 
  (《조선일보》 1930년 2월 2일 자 게재.)
 
 
  ③ 궁핍을 노래하고 계급의식을 도발한 시
 
《조선일보》 1930년 2월 20일 자에 실린 이원수의 〈헌 모자〉.
  〈헌 모자〉
 
  이원수(李元壽)
 
  1
  학교마루 구석에 실린 헌 모자
  꿰매이고 또 꿰맨 떨어진 모자
  학교 동무 다 돌아간 어둔 밤에는
  북간도 간 옛 주인 오직 그릴까
 
  2
  착한 동무 수남이 산 길 십리에
  아침마다 발발 떨며 학교 오더니
  월사금이 없어서 쫓겨갔다오
  이 모자 그냥 둔 채 쫓겨갔다오
 
  3
  학교마루 구석에 쓸쓸한 모자
  보름이 지나도록 걸린 헌 모자
  그 임자 수남이는 아빠 따라서
  울며불며 북간도로 집 떠났다오
 
  (이원수는 아동문학가다. 1926년 잡지 《어린이》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대표작으로 홍난파가 곡을 쓰고 이원수가 작사한 〈고향의 봄〉이 있다. 《조선일보》 1930년 2월 20일 자 게재.) (자료제공=김종욱의 《빼앗긴 책》 아라출판사 刊)
 
[월간조선 2017년 3월호 / 글=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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