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해자입니다/아카하타 신문 편집국 지음/홍상현 옮김/240쪽·1만5000원
정한책방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세균전과 잔혹한 생체 실험을 자행했던 일본 관동군 ‘731부대’ 터의 보일러실 잔해. 중국 하얼빈에 있다. 정한책방 제공

‘일본회의의 정체’는 일본 우경화를 추동해 온 우파조직 ‘일본회의’를 추적했다.
“…빛나는 역사는 잊히고 오욕됐으며, 국가를 지키고 사회 공공에 힘쓰던 기개는 사라졌다.”
1997년 5월 30일 열린 ‘일본회의’의 설립대회에서 메이지 신궁의 신관인 다나카 야스히로가 이사장에 취임하며 발표한 설립 선언 중 일부다.
이 조직은 우파 성향 종교단체 ‘생장의 집’이 1974년 결성한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정·재계 및 학계의 우파가 1981년 만든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하며 만들어졌다. 전국에 243개 지부를 갖춘 풀뿌리 운동을 전개하면서 천황 숭배, 헌법 개정, 애국 교육, 역사 수정 등을 목표로 활동한다. 신사 등의 자금 후원을 받으면서 중앙 정계에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아베 내각의 각료 19명 중 15명이 이 ‘일본회의’에 속해 있다고 한다.

“병사는 칼로 머리를 벤다. 토민(土民)은 총살.” “사단장 각하 ‘돼지 같은 놈들은 주저 없이 죽여도 된다’.”
중일전쟁에 종군했던 병사의 딸이 아버지가 1937∼39년 쓴 일지를 2015년 여름 아카하타신문에 보내왔다. 토민은 민간인을 가리키고 병사는 포로를 말한다. 일지가 기록한 민간인 살해만 15명이다. 일지를 쓴 고바야시 다로는 1938년 5월 27일 취사병이었던 중국군 포로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담은 연속 사진 3장도 남겼다. “아베 총리는 중일전쟁이 침략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버지의 일지를 보면 애초부터 침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일지가 평화를 위해 작게나마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반도에서 ‘항일 중국인을 일소한다’며 자행된 민간인 대규모 학살, 1943년 중국 후난성 창자오에서 일으킨 끔찍한 학살, 대만과 오키나와의 ‘위안부’ 등 일본군의 만행이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 분노하더라도 식민 지배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군국주의를 경계하는 양심적인 일본인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두 책은 다시금 하게 만든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