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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수일과 심순애의 원조는 일본의 '곤지키야샤'
글쓴이 tntv 등록일 [2017.08.24]



이수일과 심순애의 원조는 일본의 '곤지키야샤'

신파극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선거유세의 현장들

글 | 신상목 전 외교관/기리야마 대표

▲ 칸이치와 오미야 동상 / 이수일과 심순애 포스터
일본 토쿄(東京)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여 토오카이도(東海道)를 달려 서쪽으로 가면 만나는 시즈오카(靜岡)현의 아타미(熱海)시는 한국인에게도 꽤 알려진 관광지이다. 지난 2000년 9월 김대중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간에 온천 정상회담이 개최된 곳이어서 일본 업무를 담당했던 외교부 직원들한테는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일본의 나폴리라 자부할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과 멋진 바다 풍경을 자랑하는 아타미시에 가면 명물 동상(銅像)이 하나 있다. ‘칸이치(貫一)와 오미야(お宮)’의 동상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여자를 냉정하게 걷어차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익은데, 보자마자 ‘이수일과 심순애’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수일과 심순애는 원제목이 ‘장한몽’으로, 장한몽은 조중환이 일본의 오자키 코요(尾崎紅葉)가 지은 ‘곤지키야샤(金色夜叉)’를 한국 실정에 맞게 바꿔 쓴 번안(飜案) 소설이다. 한국의 이수일과 심순애의 원모델인 칸이치와 오미야의 동상이니 한국인들의 눈에 낯이 익을 수밖에 없다.  곤지키야샤와 장한몽 모두 소설이 원작이지만, 연극화되어 신파극의 대명사가 되었고, 소설보다 신파극으로 더 유명하다.
 
신파극(新派劇)이란 19세기말 일본에 보급된 신식 연극 장르로 전통극인 가부키(歌舞伎)류의 구파극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신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초기에는 정치적 목적을 담은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나, 1890년대 이후에는 정치색은 거의 사라지고, 당시 봉건적 질서와 신질서가 혼재하면서 벌어지는 남녀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배신, 음모, 부모자식간의 이별 등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대중극으로 변모하였다.
 
유민영 단국대 석좌교수는 신파극에 대해 “신파극은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의리인정극(義理人情劇)으로 만남보다는 이별, 사랑보다는 희생, 삶보다는 죽음, 웃음보다는 눈물을 중히 여기는 통속취미의 연극이고 신파극의 묘미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평한다.
 
신파극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구시대의 존재이지만,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그 명맥이 보인다. 남녀간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신분의 차이, 집안간 갈등, 세간의 시선과 주위의 방해, 출생의 비밀 등등 구도, 소재, 내용이 100년 전 일본 신파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한류드라마가 여전히 안방의 인기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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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특징인 눈물을 중시하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의리인정극(義理人情劇)의 요소는 정치판에서도 엿보인다. 총선 예비전 성격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 단상에 오른 의원들이 격하게 노래를 부르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지지를 호소하는 울음바다 필리버스터가 있었다. 각 당의 총선 준비 과저에서 모 정당의 영입인사는 정치 입문의 변을 밝히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 보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고, 모 정당의 대표는 천주교 유래의 세족식(洗足式) 퍼포먼스로 정치와 종교의 ‘연대(連帶)’를 연출하기도 했다. 총선이 시작되자 아예 무릎 꿇은 참회(懺悔) 유세, 돗자리 깔고 큰 절하는 석고대죄(席藁待罪) 유세, 어화둥둥 어부바 유세, 무릎이 까져 병원에 실려 가는 자학(自虐) 삼배일보(三拜一步) 유세 등이 이어졌다.
  
유명한 정치학자인 찰스 메리엄(C.E. Merriam) 미국 시카고大 교수는 미란다(miranda ; 감성에 호소하여 권력을 미화하는 것)와 크레덴다(credenda ; 이성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권력을 정당화하는 것)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정치권력의 대중 지지 확보의 원리 및 프로세스를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미란다의 예로 거론되는 것은 지도자 동상 건립, 국가기념일 지정, 특정 음악 장려, 문화/스포츠행사 개최 등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정을 고취하는 수단, 방법으로 지지를 획득하려는 시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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