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에 가면 '도톤보리(道頓堀)'라는 거리가 있다. 일본 라멘을 맛보기 위하여 이 거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거리 이름이 내겐 '도돈불이'(道돈不二)라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도(道)와 돈(錢)은 둘이 아니다! 도를 닦으려면 돈을 벌어봐야 하는 것이다. 자식 교육의 왕도는 자기 스스로 돈을 벌어보게 하는 것 아닐까. 축구선수였던 베컴은 자산 5억파운드(약 6800억원)의 부자임에도 18세 된 아들을 시급 4600원 받는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시켰다고 한다. 가수 마돈나의 17세 아들은 지난해 자전거로 음식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땀을 흘리며 돈의 가치를 깨달아라'는 교육철학이다. 서양에서는 운동선수와 연예인이 떼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인데, 이들이 자기 자식들에게는 인생에서 떼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이치를 알려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태조 이성계. /조선일보 DB
돈을 벌기 위해서는 피, 땀, 눈물이라는 세 가지 액체를 바가지로 흘려야 한다. 많이 흘릴수록 도가 깊어진다. 조선의 태종 이방원(1367~1422)은 조선왕조의 틀을 짠 인물이다. 이방원은 13~ 14세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쟁터를 돌아다녔다고 나온다.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에게 이성계는 피와 살이 튀는 전쟁터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게 했던 것이다. 이성계가 겪은 전투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힘들었던 것으로 꼽히는 게 황산대첩(1380)이다. 남원 지리산 일대에서 벌어졌던 이 전투는 단순히 왜구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당시 일본 남조(南朝) 정예 무사집단과의 정면승부였는데, 정황을 고려해 보건대 황산대첩에도 어린 이방원이 참석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몽주를 과감하게 제거하고, 정도전도 기습작전으로 벨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학습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전쟁터야말로 피, 땀, 눈물이 튀는 최고의 교육현장이다. 이 성계의 자녀교육법은 전쟁터에 데리고 가기였다. 노론학파를 실질적으로 양성한 인물은 율곡 이이가 아니라 사계 김장생(1548~1631)이다. 김장생은 아버지의 지시로 열서너 살 때 집을 떠나 교하(交河)의 구봉산(심학산)에 은거해 있던 송구봉(宋龜峯)에게 보내졌다. 4~5년을 송구봉 밑에서 훈도 받았다. 큰 학자 집에서 숙식하는 것도 조선의 자녀교육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