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에서 발견된 17세기 조선시대 미라의 사망 원인이 미라에 대한 첫 부검을 통해 밝혀졌다. 국내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질병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해당 미라는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이은주 교수(내과)와 서울대병원 신동훈 교수(해부학과) 공동연구팀은 2010년 경북 문경에서 발견된 17세기 조선시대 여성 미라에 대한 질병 유전자 분석을 해본 결과,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질병 관련 유전자 분석은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참조용 표준 유전체(게놈)와 비교해 질병 여부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미라의 사인을 규명하는 데 유전자 분석기술이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으로 ‘문경’ 미라가 죽상동맥경화증을 앓았을 것으로 파악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연구팀은 미라 몸 안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채취해 죽상동맥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살폈다. SNP는 사람에 따라 특정 부위의 DNA 염기서열이 변이된 것으로, 질병이 있는 환자와 정상인을 비교해 특정 SNP가 나타나는 빈도가 다르면 해당 SNP는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한다.
‘문경’ 미라에서는 죽상동맥경화증 발생 가능성과 관련된 7개의 SNP가 발견됐다. 이를 통해 해당 미라가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진단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이 동맥 안에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방치할 경우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진다.
이은주 교수는 “죽상동맥경화증은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칼로리 식단, 고지혈증 등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진 현대인 들의 걱정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우리 조상에게도 이런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있었음을 공식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가 영상의학적 소견이나 부검만으로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는 질병 진단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