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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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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가죽을 다듬어 최고의 북을 만들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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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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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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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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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큰 울림을 시작하는 가죽 태어날 때부터 가죽냄새를 맡았고, 북통 안에 들어가 놀며 자란 김관식 장인에게 북과 가죽은 운명적인 삶의 조건이자 존재 이유가 되었다. 평생 가죽쟁이로 살아왔으니 손끝으로 만져만 봐도 북 가죽으로서의 품질을 대번에 알아볼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무엇을 두드리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죠. 당연히 어떤 가죽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북소리의 차원이 달라지는 겁니다. 좋은 가죽을 고르는 건 북의 기본에 해당하는 일이기에 그는 평생 가죽을 찾아다니는 일에 공을 들였다. 우리 전통 북에는 주로 소가죽을 쓰지만, 장구에 메는 가죽은 노루가죽과 개가죽이 쓰인다고 했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북소리가 나는 것도 재료가 되는 가죽의 차이가 좌우한다. 그가 꼽는 좋은 가죽의 조건이란 두 가지다. 첫째는 북으로서의 재료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최소한의 두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길고 큰 울림을 내려면 너무 얇은 가죽으로는 어림도 없을뿐더러 오래 가는 북이 되기 어렵다. 두 번째는 ‘바늘 끝만치의 흠도 없는’ 완벽한 재질이다. 도축과정에서 칼집이 나거나 미세한 흠집이라도 생겨버리면 북 가죽으로는 쓸 수가 없다. 무조건 순수한 황소가죽이어야 한다. 그것도 3년은 지난 소여야 알맞은 두께와 강도가 나올 수 있다. 암소가죽이나 젖소가죽, 심지어 거세한 황소가죽은 모두 두께가 너무 얇아서 제대로 된 북 재료가 되지 못한다. 고기나 우유 등 주로 식용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소의 가죽은 적어도 그가 추구하는 전통 북의 재료로서는 모두 실격이다. 그러나 축산의 방향이 점점 식용으로 가는 추세이다 보니 점점 좋은 원피를 구하는 일부터가 난관이다. 특히나 대형 북을 제작할 때는 나라 밖 소들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 사용된 용고(龍鼓)와 청와대 춘추관 용고 등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북들은 모두 이런 까다로운 재료 선별과정을 거쳐 제작된 작품들이다.
깎고 다듬으며 최상의 가죽을 찾아가다 북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북통에 가죽을 붙이는 일이다. 그러나 북 메우기 이전까지의 과정, 가죽을 선별하고 다루는 일이야말로 명품 악기를 탄생시키는 근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좋은 가죽을 구했으면 이젠 그걸 잘 다뤄야죠. 요즘에야 공장에서 다 가공해 준 걸 갖다 북통에 잘라서 붙이기만 하면 끝이지만, 그래서는 제대로 된 북소리를 낼 수가 없어요. 그가 말하는 가죽 다루기란 말 그대로 원재료인 가죽을 악기에 쓸 수 있도록 가공하는 작업이다. 우선 털이 있는 황소가죽을 그대로 하루 이틀 물에 담가 세척한다. 그 후 무둣대에 올려 붙어 있는 기름과 살덩어리를 말끔히 밀어준다. 이것을 다시 한번 세척한 후 털을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유화소다를 이용한 화학적 처리방식을 쓰지만 그는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 발효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손쉬운 화학약품 처리 대신 발효기간만 10~15일 걸리는 전통 발효를 고집한다. 이유는 오직 ‘최상의 북소리’에 있다. “화학처리를 하면 아무래도 가죽이 약해집니다. 재료의 탄력이나 강도에 영향을 받으니 당연히 소리에도 지장이 있죠. 북의 생명은 소리인데, 그걸 포기할 수야 있나요?” 발효가 끝나면 원피의 수축을 막는 재양과정을 거친다. 가죽을 팽팽히 잡아 늘려준 상태로 말리고, 그 다음은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또 무두질로 들어간다. 무두질이란 모피의 털과 기름을 뽑고 가죽을 부드럽게 다루는 일이다. 깎고 문지르고 마찰하여 부들부들한 상태로 만들어 가는 이 과정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북의 소리는 달라진다. “무두질을 한 달 정도 한 일본 북은 두드리면 ‘통통통통’ 하는 소리가 나죠. 반면 우리 전통 북은 ‘둥둥’ 하고 울립니다. 한 달 보다 적게 무두질을 하는 거죠.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좋은 건 아니에요.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천지를 흔드는 소리의 공명 마치 강철을 제련해 내듯, 하나의 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죽을 늘리고 밟고 두드리고 깎는 무두질이 계속돼야 한다. ‘이제 됐다’ 싶은 정도가 될 때까지! 손길의 차이가 소리의 차이를 만들어내니, 하나의 명품 북이 탄생하기까지는 좋은 재료를 구하는 까다로운 고집과 고된 노동의 과정이 동반하는 것이다. 짐승의 가죽을 벗겨 다루는 일이 그리 품격 있는 과정일 리는 없다. 냄새 나는 고된 무두질의 반복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나의 북이 완성되고 깊은 울림으로 퍼져 나갈 때 장인은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담을 수 있다. “완성된 북을 두드려 정말 원하던 대로의 소리를 내고 있을 때가 저에게는 정말 말할 수 없이 기쁜 순간이죠.”자신의 손으로 고르고 다룬 가죽으로 북을 메우는 일. 그 소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뭔가 깊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장인에게는 최고의 만족이다. 모양과 특징은 달라도, 동서고금에 거쳐 북은 인류에게 가장 오래되고 친숙한 악기로서 존재해 왔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북을 치는 목적과 방식도 조금씩 달라져 가지만 가죽을 두드려 소리를 일으키는 북소리의 깊이 있는 울림은 현재도, 미래에도 여전히 이어져 나갈 것이다.
글‧김수연 사진‧안지섭(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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