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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89] 亡者를 기리는 항아리 모양 묘지석
글쓴이 tntv 등록일 [2017.09.21]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89] 亡者를 기리는 항아리 모양


묘지석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 2017.09.19 03:10

고대 그리스인들은 기원전 900년경부터, 망자(亡者)를 기리기 위한 묘지석을 무덤에 세워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잠시나마 애도를 표하게 했다. 묘지석의 형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는데, 기원전 900년경부터 700년경까지는 커다란 도기(陶器)가 사용되다가, 이후에는 대리석 인물상이나 비석 등이 세워졌다.

디필론 암포라, 기원전 755~750년쯤, 점토, 높이 160㎝,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디필론 암포라, 기원전 755~750년쯤, 점토, 높이 160㎝,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디필론 암포라'는 대표적인 초기 묘지석의 예다. 이는 아테네 인근의 디필론 묘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암포라'란 이처럼 둥글고 큰 몸통 양쪽에 손잡이가 있고 그 위로 긴 목이 달린 항아리를 일컫는다. 높이가 160㎝로 웬만한 성인 여자의 키 높이만큼 큰 이 '디필론 암포라'는 정교한 무늬까지 더해져 제작 과정이 무척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묘지의 주인이 지체 높은 부유층이었음이 틀림없다.

학자들은 그리스 미술의 이 시기를 흔히 '기하학의 시기'라고 부른다. 과연 그릇의 표면에는 빈틈을 찾을 수 없이 빽빽하게 기하학적 형태의 무늬가 들어차 있다. 그 와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에 그려진 장례식 장면이다. 침상 위에서 영면에 든 사자를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줄지어 선 채 하나같이 양팔을 위로 올리고 있다. 이는 당시의 장례 관습에 따라 머리를 뜯으며 곡(哭)을 하는 모습이다. 두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이들과 달리, 죽은 이는 치마를 입은 게 확연히 눈에 띈다. 침상 옆에 유난히 키가 작은 인물이 있어, 어린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난 여인을 위한 묘지석이라고 생각된다. 값비싼 묘지석이 있은들, 남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겠는가. 멀리서 보면 그저 세로줄 무늬가 반복되는 걸로 보일 만큼 단순한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처럼 애잔한 드라마가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8/20170918027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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