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사용됐던 화포 대완구(왼쪽)와 포탄 비격진천뢰. 박정호 기자
시한폭탄 '비격진천뢰' 발사했던 화포
26일 개막 '철의 문화사' 특별전 나와
가장 널리 쓰인 금속 철 문화재 730점
25일 오전 열린 특별전 '쇠·철·강-철의 문화사'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완구는 주로 성(城)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화포다. 총 길이 64.4㎝,무게 360㎏으로 비격진천뢰(포탄)를 발사하는 데 사용했다. 포탄이 없을 경우 큰 돌을 넣어 적의 성문을 파괴하는 데 썼다. 비격진천뢰는 무쇠를 주조해 둥근 공 모양으로 만들었다. 발사 후 일정 시간 후에 포탄이 터지도록 설계했다. 일종의 시한폭탄이다. ‘폭발할 때 하늘을 흔드는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해서 진천뢰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야 왕국에서 쓰던 쇠갑옷. [사진 국립김해박물관]
철은 예전에 흑금(黑金)이라 불렸다. 황금과 함께 인간이 가장 애용한 금속 중 하나였다. 석기·청동기시대를 거쳐 인류 문명이 꽃피우는 결정적 구실을 했다. 고대국가도 철기문명 바탕 위에서 성립됐다. 철이 없는 현대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도 24시간 철의 이기(利器)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먼 옛날 우주에서 날아온 아르헨티나 운철. [사진 철박물관]
신라 황남대종에서 출토된 덩이쇠.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철은 서기전(BC) 2000년 무렵 아나톨리아(지금의 터키) 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제련(製鍊)하기 시작했다. 이집트와 함께 당대 서아시아 문명을 주도했던 히타이트는 대규모 철 생산을 이끈 최초의 국가로 꼽힌다. 히타이트 철 문명은 이후 동서로 확산되며 인류 문명의 뼈대를 형성했다. 농기를 만들고, 무기를 제조하고, 예술품을 빚으며 역사를 이끌어왔다.
철은 고대사회에서 권력이었다. 철기가 등장하며 생산력이 증대됐고, 국가의 기틀이 잡혔다. 칼·갑옷·화살·도끼 등 각종 철기는 정복과 전쟁을 불러왔고, 또 이는 역사의 또 다른 모순을 드러냈다. 권력은 속성상 독점을 선호한다.
고대국가 지배층이 철기를 독점한 예는 신라 황남대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기구·무기 등 무려 3200여 점의 철기가 출토됐다. 그 중 당시 철기의 소재이면서 화폐와 같은 가지를 지녔던 ‘덩이쇠’가 눈길을 끈다. 황남대총에서 나온 덩이쇠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243m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높이와 맞먹는 수치다.
충남 서산군 보원사지에서 나온 통일신라 시대 철불. 박정호 기자
철로 채색한 청자 구름무늬 매병. 조선시대.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는 화려하지 않다. 다이아몬드나 금처럼 번쩍이는 유물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산회되는 철의 특성상 다소 어두워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전시는 빛난다. 다양한 시각·영상자료,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관람 집중도를 높였다. 공간을 인류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들려주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써의 ‘쇠와 철’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핏속에도, 건축물에도 철은 있습니다. 철의 속살을 파헤치는 기획입니다. 우주선·의료기기 등 미래에도 철은 가장 중요한 금속일 겁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말이다. 전시는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계속된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필살기 '대완구'
최기석 작가의 '철의 숲'. 자연의 나무를 도시화 상징인 철로 표현했다. 박정호 기자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의 필살기 '대완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