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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옥션 봄경매에 출품된 ‘정조어찰첩’ 전권(위쪽)과 피봉과 본문 (사진제공: K옥션) |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찢어버리라’ 명령했으나 찢기지 않은 정조의 비밀편지 297점이 경매를 통해 공개된다.
국내 경매회사 K옥션(대표 이상규)은 오는 27일 오후 5시 3월 봄경매에 ‘정조어찰첩’이 출품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16~26일까지 진행된다.
조선의 제22대 왕인 정조(1752~1800)는 할아버지인 영조의 뒤를 이어 조선 후기 중흥을 이룬 왕이다. 이번 봄경매에 출품되는 ‘정조어찰첩’은 2009년 2월 최초 공개됐다.
조선의 호학군주 ‘정조’가 벽파의 거두인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御札, 임금의 편지) 297점과 피봉을 6권으로 장첩한 것으로 날짜순으로 구성됐다. 이 편지들은 1796년 8월 20일부터 정조가 붕어하기 직전인 1800년 6월 15일까지 약 4년간 쓰였다.
주목할 점은 어찰의 수신인이 정조와 ‘정치적 적대관계’로 알려진 노론 벽파의 선봉 심환지(沈煥之, 1730~1802)였다는 것이다. 이 ‘어찰첩’이 발견되면서 정조가 심환지를 앞세운 벽파에 대해 적대적인 것만은 아니었으며, 벽파의 주축인물과도 정치적 사안을 논의하였음을 알 수 있게 됐다.
또한 이 편지는 정조가 지속해서 폐기하라고 명령했음에도 피봉과 함께 첩으로 남겨져, 학계에서는 심환지가 일종의 정치적 보험으로 보관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동아시아학술원에서 분류한 어찰첩의 내용은 ‘민감한 정치 현안의 처리와 자문(67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인사 문제(54건)’ ‘상소 등의 처리(41건)’ ‘중앙 정계 및 산림의 여론과 동향 탐색(31건)’ 등의 순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개인적인 서신인 만큼 정조와 심환지의 인간적 관계에 관한 편지가 31건, 심환지의 출처문제가 18건, 정조의 성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편지가 11건 등 포함돼 인간적인 면모도 엿보인다.
어찰첩은 ‘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 같은 공식적 사료에서는 맥락을 알 수 없는 사건들과 당대 정치의 이면과 정조의 속내, 정조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귀중한 사료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전제군주를 둘러싼 수뇌부에서 진행된 정치의 실태와 생리, 따끈따끈한 실상을 담은 자료로 당대 정치사를 해명하는데 긴요한 사료”라며 “정조의 친필 원본 297건의 묶음은 그 자체로서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정조어찰첩’의 경매가는 12~20억 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