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과정에서 발굴되는 유적 가운데 가치가 높은 것들은 현장에 보존을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보존만 할 뿐 관리는 엉망이어서 유적지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입니다.
배주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경기도 용인의 한 도로.
흙더미가 잔뜩 쌓인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니, 무덤들이 나타납니다.
지난 2009년 사적 500호로 지정된 삼국시대 고분군입니다.
5년 전, 고분 자리에 도로가 나자, 터널을 만든 뒤, 유적을 터널위로 옮겨논 것입니다.
고분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 유리덮개입니다. 습기가 찬데다 청소까지 되어있지 않아서 안에 뭐가 있는지 분간조차 힘듭니다."
고분 안은 이끼가 덮여 파랗게 변했고, 바닥엔 물까지 찼습니다.
◀INT▶ 조양진/용인시청 문화재관리팀
"계획을 수립해서 완벽한 시설을 갖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존도 엉망이지만, 안내표지판, 진입로도 없어 길가에선 사적이 있는지 알길이 없습니다.
서울 종로의 9층짜리 빌딩.
지하로 내려가니, 조선시대 왕실에 비단, 종이 등을 공급했던 육의전 유적이 발 밑에 펼쳐집니다.
이 박물관은 전시실만 있고, 유물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장고, 학예실은 없습니다.
◀SYN▶ 건물주
"개인박물관에서 무슨 시설을 어떻게 하고, (그런 것은) 관청에서 알아서 할 문제지."
6년 전 유적이 발견돼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자, 건물주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완공된 뒤 돈이 없다고 버텨 수장고, 학예실은 없는 반쪽 박물관이 되 버렸습니다.
◀INT▶ 나신균/종로구청 문화재관리팀
"수 차례 건축주를 통해서 이행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처벌이) 징역내지 벌금으로 돼 있어서 그 부분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습니다.)"
10년 전, 발굴된 종로 피맛골 시전 유적.
유물들은 다른 박물관으로 옮겨졌지만 발굴터는 덮여 있어 볼 수가 없습니다.
◀SYN▶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
"서리 같은 거 많이 끼고 유리로 돼 있어서 기계(항온항습기) 같은 것도 외부에 설치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건, 보존한 유적에 대한 관리 규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SY N▶ 문화재청 관계자
"사후 매뉴얼이 정확하게 없죠. 우리도 지자체에 예산을 내려주면서 잘 하라고 해야 하는데..."
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굴되는 전국의 유적은 한 해에 천여 건.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해묵은 논쟁을 하기에 앞서, 보존하기로 한 것이라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