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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동 가마터에서 30여 분 동안 발견한 도편들. 조정 납품용과 서민 생활용 그릇 조각, 가마에서 떨어진 흙덩이 등이다. 강선배 기자 ksun@ |
신음하는 부산 '남산동 가마터' 현장
개발 열풍과 문화행정 부재의 합작 속에 문화유적은 소리 없이 신음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분청사기 조각은 발밑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시급한 관리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관할 지자체와 문화재 당국의 대응은 더 큰 충격이었다.
발품 판 지 30여 분 만에
자기 조각 수십 편 발견
문화재 표지판 없는 현장
학교 부지 알리는 깃발만
"유적 훼손부터 막아야…"
학계·전문가 대책 촉구
■ 현장에 가 보니
지난 1일 현장을 방문한 남산동 가마터는 문화유적이 아니었다. 굉음을 내며 대형 덤프트럭이 지나가자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바로 옆 무단 경작지에는 조선 초 분청사기 조각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경작지는 누군가 씨를 뿌리기 위해 밭갈이를 한 듯 가지런했다. 이날 본보 취재진은 30여 분 만에 도편(자기 조각) 수십 편을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그러나 '문화재가 있으니 불법 출토나 개발 행위, 무단 경작 등을 하면 안 된다'는 표지판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이 가마터 바로 옆 14만4천64㎡에는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부산외국어대학교 남산동캠퍼스 공사가 한창이다. 교직원과 학생 9천여 명이 사용할 건물 10개 동이 차츰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가마터와 학교 부지 사이의 거리는 불과 15m 안팎. 가마터 안에도 학교 소유의 땅임을 알리는 붉은 깃발 대여섯 개가 꽂혀 있다. 실제 가마터 부지의 절반에 가까운 9천여㎡의 임야가 이 학교 소유다. 붉은 깃발에 대해 공사현장 관계자는 "개발행위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 소유 땅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꽂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진과 동행한 도자문화재 감정 전문가 정충영(51) 씨는 "조선시대 동래부 산하 가마터로는 유일하고, 도자문화 변천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곳인데 발굴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담당 관청이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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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추와 파 등을 키우는 가마터 경작지 너머로 푸른색 가림막의 부산외국어대 캠퍼스가 보인다. 강원태 기자 wkang@ |
■ 관계 당국 대응
2006년 문화유적분포지도에 오른 이후 부산시와 금정구, 부산시립박물관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금정구는 2011년 10월 착공한 부산외대 공사 이후로도 발굴조사를 시도조차 해 보지 않았다. 지주를 만나 설득하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최근 가마터에 붉은 깃발이 보이고 나서야 현장을 찾아 깃발의 용도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발굴조사에 앞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단경작을 제한하는 표지판이라도 제대로 세우고,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을 알리는 것이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가마터 훼손을 막는 표지판 설치 방안을 부산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경숙 충북대 명예교수는 "문화재 보호 책임이 있는 지자체와 당국이 조금이라도 성의가 있다면 훼손 우려가 큰 유적에 대해서는 긴급한 구제발굴이나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문화재청에 유적 실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유적 등급 조정을 건의할 수도 있다. 매장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적정성과 현재 지형 현황 등에 대해 문화재청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발굴조사를 통해 정확한 실태롤 조사해 두지 않으면 허가 없이 훼손하더라도 입증과 처벌이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기장군이 사업비 1천억 원에 달하는 도예촌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도 2009년 가마터 지주를 설득해 유적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하는 연구발굴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었다.
가마터의 절반가량을 소유한 부산외국어대도 지역 문화유산 보존 및 연구를 선도해야 할 교육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2일 "남산동 가마터에는 학교 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마터의 존재도, 학교 측 부지 소유도 몰랐다는 얘기다. 캠퍼스 조성 공사에 급급해 문화유적 보존을 고의로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