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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들, 전세계 962곳 중 38곳 '위험'
글쓴이 tntv 등록일 [2013.05.10]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들

전세계 962곳 중 38곳 '위험' … 분쟁·무관심·기후변화로 훼손

‘우리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아 현재를 함께하고 미래 세대에 물려줄 유산’. 유네스코가 정의하는 세계유산의 의미다. 하지만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중 38곳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없는 상태다. 분쟁지에선 유적이 폭격을 맞고, 아프리카의 자연유산은 밀렵으로 훼손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내고 인간이 없애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들을 찾아봤다.

정종훈 기자

# ‘세계유산’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아프가니스탄 바미얀주 힌두쿠시 산맥의 절벽을 파내 만든 바미얀 석불(사진 1)은 간다라 불교 미술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하지만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운 탈레반 정권이 2001년 3월 이단 숭배를 이유로 파괴해 지금은 흔적만 찾을 수 있다(사진 1-1).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시리아 알레포의 우마이야드 사원(사진 2)도 내전의 포화 속에 지난달 24일 첨탑이 파괴돼 사라져버렸다(사진 2-1). [중앙포토, 알레포 AP=뉴시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총성이 끊이지 않는 시리아의 알레포. 2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황폐해진 이곳에서 대표적 이슬람 모스크 가운데 하나인 우마이야드 사원의 첨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미 2월에 남쪽 외벽이 무너져내린 가운데 또 한번 피해를 보았다. 구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인 알레포는 물론 고대 도시 팔미라, 크락 데 슈발리에 십자군 요새 등 시리아 내 6개의 세계문화유산 중 5곳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하지만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내 문화유산 파괴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정부군과 시민군은 서로 ‘네탓’만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962개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 있다. 이들은 종묘, 경주, 제주도 등 총 10 군데의 세계유산이 등재된 한국을 포함해 157개국에 흩어져 있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과 함께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유산 등 총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져 있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고대부터 활발한 문화 교류이 이뤄졌던 시리아에도 6곳의 문화유산이 존재한다.

 962개 세계유산 중 38곳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이하 위험유산)으로 특별 지정돼 있다. 위험유산의 수는 해마다 늘어 2011년 2곳, 지난해 5곳이 추가로 위험유산에 등록됐다. 이들은 보존 복구작업이 시급하거나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리 대상에 올라 유네스코의 긴급복구 자금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리아의 세계문화유산들은 위험유산으로 정식 지정받지 못 했다. 전문가가 현장을 찾아가 정밀 조사를 벌여야 하지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국제사회는 매일매일 파괴돼 가는 유산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분쟁으로 사라지는 위험유산

2001년 3월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 석불은 위험유산의 아이콘이 됐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운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단 숭배’라는 이유로 바미얀 석불을 이틀간 로켓탄으로 공격해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오랜 내전을 거치며 과격화된 탈레반의 무자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한순간의 결정으로 6세기 지어진 간다라 불교 미술 양식의 대표 건축물은 흔적만 남게 됐고, 약탈과 도굴 등 추가 위험성이 제기되며 2003년 위험유산에 등재됐다.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지역 분쟁 속에서도 문화유산은 큰 피해를 본다. 비잔틴·로마네스크 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기독교 유적인 세르비아의 코소보 중세 유적지도 그중 하나다. 이곳은 13~17세기 발칸지역에서 발달한 벽화 등으로 매우 높은 문화적 가치를 지닌 유적지다. 세르비아의 일부였던 코소보 지역이 분리운동에 나서면서 무력충돌이 이어진 데다 관리 부실과 미흡한 보존 시스템 등을 이유로 2006년 위험유산이 됐다.

 이라크 사마라 고고유적도시는 이라크 전쟁으로 유적 관리 보존 환경이 악화되면서 2007년 위험유산으로 등재됐고, 콩고민주공화국의 비룽가 국립공원은 후투족과 투치족의 종족 분쟁 여파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1994년 위험유산으로 등재됐다. 생태계가 파괴된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곳은 아프리카의 말리다. 말리의 급진 이슬람 반군이 세력을 키우자 프랑스와 아프리카 주변국들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15~16세기 사하라 사막 교역의 중심지였던 말리 팀북투는 진흙으로 만든 모스크가 대표적인 유적. 198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반군이 팀북투를 장악한 뒤 우상 숭배와 이단 행위를 이유로 이슬람 성인 묘소와 사원 여러 곳을 파괴하면서 위험유산에 올랐다. 이들은 “팀북투에 단 한 기의 묘역도 남지 않을 것이다. 알라는 묘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2월엔 프랑스군과 정부군에 밀려 후퇴하기 직전 문서고에 불을 질렀지만 사서와 수집가들의 발빠른 대처 덕에 소실을 면하기도 했다. 인근에 위치한 아스키아의 무덤 역시 과격 이슬람 반군의 훼손으로 위험유산이 됐다.

# 이기심으로 사라지는 위험유산

아프리카의 주요 국립공원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부한 생태환경 덕분에 대부분 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밀렵과 방목으로 많은 자연유산이 해를 입고 있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은 네 군데 자연유산이 밀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람바 국립공원은 흰코뿔소에 대한 밀렵이 심화되면서 개체가 점차 감소해 1984년 위험유산에 등재됐다. 이후 밀렵 단속이 강화돼 1992년 위험유산 목록에서 빠졌지만 4년 뒤 다시 등재됐다. 흰코뿔소 두 마리가 밀렵꾼에 의해 사망한 뒤 후속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과 살롱가 국립공원, 오카피 야생생물 보존지구 등도 고릴라, 코끼리, 오카피(기린과 포유류) 등 멸종위기 동물들의 밀렵이 성행하며 위험유산에 추가됐다.

 예멘의 자비드 역사 도시는 도시화에 따른 전통 건물 감소로, 이라크의 아슈르는 주변에 댐 건설이 이루어지면서 수몰 위험성 때문에 위험유산이 되는 등 급격한 도시화와 과다한 개발 등도 세계유산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 무관심으로 사라지는 위험유산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세 개의 종교들이 모두 성지로 삼고 있는 예루살렘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보존 노력은 낙제점 수준이다. 유적지 220여 곳이 산재한 이곳은 불안한 국제정치 정세 속에서 수많은 관광객에 부실한 관리정책, 무절제한 도시개발 등이 겹치며 훼손되고 있다. 1981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곳은 이듬해 바로 위험유산에 등록됐다. ‘최초의 위험유산’이란 오명도 안고 있다.

 해당 국가의 유적 보존 능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체계적 관리 계획을 세울 생각도 없어 방치되고 있는 세계유산은 꽤 많다. 아프가니스탄 얌의 첨탑과 고고학적 유적은 바미얀 석불처럼 탈레반의 공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당국의 보존 능력 부족과 무관심으로 방치되면서 2002년 위험유산이 됐다. 칠레 험벌스톤과 산타로라의 초석 작품은 40년 넘게 특별한 조치 없이 방치되면서 훼손이 심해졌다.

#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사라지는 위험유산

기후변화도 위험유산을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다. 특히 기후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자연유산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카리브해의 낙원’ 중앙아메리카의 벨리즈에 위치한 북반구 최대 산호초 보호구역인 벨리즈 배리어 리프는 그 면적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곳은 산호초의 발달과 진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다 멸종 위기종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중요한 지역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증가와 해양 산성화가 가속화되면서 산호가 달걀 껍데기처럼 변질되고 있다. 희귀 생명체들도 거주지를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2009년 위험유산이 됐다.

 대규모 자연재해는 오래된 문화재들의 내구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란 밤 지역의 문화경관은 2003년 규모 6.5의 강진으로 성벽을 포함한 도시 건축물 대부분이 무너지며 큰 피해를 보았고 다음해 위험유산에 등재됐다. 이곳은 사막 지대에서 진흙을 이용해 세운 요새도시의 전형으로 7~11세기 교역로의 중심이 되면서 뛰어난 건물이 다수 지어졌지만 한순간에 소실돼 버렸다. 베네수엘라의 코로 항구는 2004, 2005년 연달아 폭우 피해를 보았고, 팔레스타인에 위치한 베들레헴의 예수 출생지는 지난해 문화유산으로 새로 등재되는 동시에 대규모 수해에 따른 위험유산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 위험유산에서 살아난 세계유산

위험유산들은 한번 등록될 경우 명단에 영구히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보존 노력을 기울여 원래 상태로 되돌릴 경우 해제도 가능하다. 1982년 예루살렘이 처음으로 위험유산에 등재된 이후 30년간 위험유산의 신규 등록과 해제가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28개 유산이 위험유산 꼬리표를 떼고 다시 살아났다.

 그중 대표적인 곳은 관광지로 잘 알려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사진)이다. 9~15세기 번성한 크메르 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앙코르와트는 도굴과 약탈은 물론 크메르루주 정권이 설치한 지뢰 등으로 크게 훼손됐다. 하지만 1992년 위험유산에 등재된 뒤 유네스코의 체계적인 지원에 힘입어 사원의 원래 모습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고, 2004년 위험유산 목록에서 빠질 수 있었다.

 폴란드의 비엘리치카 소금광산도 성공적으로 되살아난 유적 중 하나다. 1978년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처음 지정·관리하기 시작한 12곳 중 한 군데인 비엘리치카는 지하 소금광산에 만들어 놓은 소금 제단과 조각상, 벽에 조각된 부조 장식 등이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소재가 소금이라는 특성상 부실한 환기장치로 인해 습기 문제가 심각해졌고 많은 부분이 손상됐다. 하지만 1989년 위험유산이 된 뒤 제습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등 9년간의 노력 끝에 복구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제 모습을 찾았다.

 독일의 대표적인 기독교 건축물인 쾰른 대성당(2006년 해제), 19세기 영국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의 『갈라파고스 일기』로 유명한 갈라파고스 제도(2010년 해제) 등도 치명적인 위기를 겪었지만 성공적으로 살아난 세계유산들이다.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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