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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조선 후기의 건축과 유기농 요리를 아시나요
글쓴이 tntv 등록일 [2017.05.10]



조선 후기의 건축과 유기농 요리를 아시나요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ㆍ임원경제연구소, 풍석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중 ‘섬용지’ 3권으로 펴내

지난 4월 임원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이 번역 회의를 하고 있다.  임원경제연구소 제공

지난 4월 임원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이 번역 회의를 하고 있다. 임원경제연구소 제공

민간 고전번역 전문기관인 임원경제연구소가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1764~1845)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 가운데 <섬용지(贍用志)>를 최근 3권으로 완간했다. 2009년 <임원경제지> 중 <본리지>를 총 3권으로 출간한 지 9년 만이다. 이로써 임원경제연구소는 2003년 <임원경제지> 완역 작업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전체 16지(志) 가운데 2지의 번역·출간을 끝냈다.

서유구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고위 관직을 두루 거쳤으나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나 경기도 파주 세거지에 살면서 18년 동안 농사를 지었다. <임원경제지>는 그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30여년 동안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농학·천문학·공학·요리학·의학·어업·예술·상업 등 총 16개 분야로 분류한 백과사전이다. 모두 113권 54책으로 구성돼 있으며 글자수만 250만자가 넘는 대작이다.

조선 후기의 건축과 유기농 요리를 아시나요

이번에 완간된 <섬용지>는 집 짓는 법, 집 짓는 도구, 물 긷는 법, 요리법, 옷을 손질하는 법 등 건축 및 일상용품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임원경제연구소는 ‘조선의 브리태니커’로 불릴 정도로 분야가 방대하고 그 내용 또한 전문적이어서 국가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조차 포기한 번역 작업을 15년째 이어가고 있다. <임원경제지> 번역 작업은 소장 학자들의 끈기와 집념의 산물이다. 대학원에서 과학기술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정명현 소장은 2002년 <임원경제지>의 폭과 깊이에 매료돼 번역을 결심했다. 그러나 영인본으로만 2635쪽에 달하는 책을 혼자 번역할 수는 없었다. 그는 20대 시절 도올서원에서 동양고전 강독을 함께 들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15명과 뜻을 모아 2003년부터 번역을 시작했다. 

번역은 그야말로 ‘악전고투’였다. 먼저 번역을 위한 저본 선정부터 새로 해야 했다. <임원경제지>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 고려대도서관 소장본, 일본 오사카 부립 나카노시마도서관 소장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등 4개의 필사본으로 존재하는데, 당시 유일한 영인본의 저본인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은 가장 정확도가 떨어지는 판본이었다. 또 번역에 참여한 학자들이 한문을 공부한 지 10년 안팎의 소장 학자들이었기 때문에 한문 독해 경험도 부족했다. 번역해야 할 내용이 문집이나 역사서가 아니라 농사, 음식, 사냥, 누에치기, 양생 등 당대 생활사에 대한 구체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학자들이 제각기 본업과 번역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조선 후기 진주 채취 과정을 묘사한 <섬용지> 3권의 삽화.

2008년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번역에 박차를 가했지만 출간 계획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번역 초기인 2004년 한 출판사가 출판을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원문과 번역문을 나란히 배치할 것이냐 분리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결별했다. 2007년에는 한 지역대학의 지원을 받아 <본리지>를 3권으로 간행했으나 결국 뜻이 맞지 않았다. 해당 대학은 현재 독자적으로 <임원경제지>를 번역하고 있다.

2009년에는 후원 감소로 연구원이 정 소장을 포함해 두 명만 남는 등 번역 자체가 중단될 뻔한 위기도 겪었다. 다행히 2011년 후원회가 결성되고 2013년부터는 한국고전번역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15년에는 민간에서 풍석문화재단이 설립돼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임원경제지>에 기록된 전통 유기농 방식으로 경기 고양에서 직접 농사까지 지으면서 번역 작업에 매달려 왔다. 현재는 상임연구원 7명과 40여명의 번역자들이 번역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 소장은 “지금까지 번역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80여분의 후원자들이 도움을 준 덕분”이라며 “<임원경제지>가 워낙 훌륭한 저작이어서 번역자들이 열정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도 번역이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임원경제지>는 애초 내년까지 55권으로 완간할 예정이었으나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정 소장은 “올해부터 번역에만 매진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농사 짓는 것도 그만두기로 했다”며 “초역은 95% 정도 끝난 상태다. 2022년까지는 완간하겠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082127015&code=960205#csidxb201a0105ee8d838472ab2d6a06f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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