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임원경제연구소, 풍석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중 ‘섬용지’ 3권으로 펴내
지난 4월 임원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이 번역 회의를 하고 있다. 임원경제연구소 제공
민간 고전번역 전문기관인 임원경제연구소가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1764~1845)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 가운데 <섬용지(贍用志)>를 최근 3권으로 완간했다. 2009년 <임원경제지> 중 <본리지>를 총 3권으로 출간한 지 9년 만이다. 이로써 임원경제연구소는 2003년 <임원경제지> 완역 작업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전체 16지(志) 가운데 2지의 번역·출간을 끝냈다.
서유구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고위 관직을 두루 거쳤으나 스스로 관직에서 물러나 경기도 파주 세거지에 살면서 18년 동안 농사를 지었다. <임원경제지>는 그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30여년 동안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농학·천문학·공학·요리학·의학·어업·예술·상업 등 총 16개 분야로 분류한 백과사전이다. 모두 113권 54책으로 구성돼 있으며 글자수만 250만자가 넘는 대작이다.
이번에 완간된 <섬용지>는 집 짓는 법, 집 짓는 도구, 물 긷는 법, 요리법, 옷을 손질하는 법 등 건축 및 일상용품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임원경제연구소는 ‘조선의 브리태니커’로 불릴 정도로 분야가 방대하고 그 내용 또한 전문적이어서 국가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조차 포기한 번역 작업을 15년째 이어가고 있다. <임원경제지> 번역 작업은 소장 학자들의 끈기와 집념의 산물이다. 대학원에서 과학기술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정명현 소장은 2002년 <임원경제지>의 폭과 깊이에 매료돼 번역을 결심했다. 그러나 영인본으로만 2635쪽에 달하는 책을 혼자 번역할 수는 없었다. 그는 20대 시절 도올서원에서 동양고전 강독을 함께 들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15명과 뜻을 모아 2003년부터 번역을 시작했다.
번역은 그야말로 ‘악전고투’였다. 먼저 번역을 위한 저본 선정부터 새로 해야 했다. <임원경제지>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 고려대도서관 소장본, 일본 오사카 부립 나카노시마도서관 소장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등 4개의 필사본으로 존재하는데, 당시 유일한 영인본의 저본인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본은 가장 정확도가 떨어지는 판본이었다. 또 번역에 참여한 학자들이 한문을 공부한 지 10년 안팎의 소장 학자들이었기 때문에 한문 독해 경험도 부족했다. 번역해야 할 내용이 문집이나 역사서가 아니라 농사, 음식, 사냥, 누에치기, 양생 등 당대 생활사에 대한 구체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학자들이 제각기 본업과 번역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