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희 교수 서울서 개인展
생명력 넘치는 원색의 강렬한 색감으로 불상이나 단청, 무녀도 등을 그려온 서양화가 이중희(71·사진) 원광대 명예교수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2000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칼, 꽃, 만다라’라는 주제로 회고전을 연 뒤 17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으로 3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화집 발간 기념전이다. 9일 개막해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100호 이상의 대작 40여 점을 선보인다.
이 교수는 불화, 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토속적인 이미지들을 우리 전통 색상인 오방색(五方色)을 사용해 화폭에 옮겨 왔다는 점에서 박생광(1904∼1985) 화백과 종종 함께 거론된다.
그러나 같은 무녀도를 그려도 박생광 화백이 표정과 눈빛을 세세히 그리는 등 구체적인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면 이 교수의 무녀도는 물감을 툭툭 던져놓고 흐르게 놓아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구체적 형상 대신 거친 선과 점이 화폭에 난무해 더욱 강렬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박생광 선생님이 대상의 조합, 배치, 구성 등을 중요시했다면 나는 대상을 깨트려 선이나 점 그 자체가 생명력을 지니도록 해 기운생동하는 동양적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화풍을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에 견주어 말했다.
“어려서부터 엄마 손을 잡고 절에 다녔어요. 후일 마티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생각하던 중에 마티스가 구사하던 야수파의 색을 넘어서는 오싹하면서도 신비로운 한국적 색의 패턴이 바로 절의 단청이나 탱화 등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 교수가 표현해온 한국적 미감의 세계는 해외 평단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와시오 도시히코는 “화면 가득 숨 쉬는 듯한, 격렬하고도 고운, 민족의 정동(情動)이 얼마나 한국적인가 하고 감탄한다”며 “억압당하면서도 땅에 뿌리박은 민중혼의 해방감이라는 인상을 갖게 한다”고 평했다.
한편 이 교수는 캔버스 위에 오일이 아닌 아크릴 과슈로 작업을 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단청 등 한국적 조형물이 주는 무광택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