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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례 마친 왕 마실 물 뜨던 우물 종로 지하철 뚫리면서 말라버려
글쓴이 tntv 등록일 [2017.05.11]



제례 마친 왕 마실 물 뜨던 우물 종로 지하철 뚫리면서 말라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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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제정·어정

서울 종로구에 있는 종묘(宗廟)는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위패)를 안치한 사당이다. 경복궁 등 4대 궁과 함께 조선의 왕권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양식과 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종묘에서는 왕이 직접 거행하는 제사인 종묘대제(宗廟大祭)가 열렸다. 제주(祭主)가 된 왕은 신주가 있는 정전 앞마당에서 제례를 올리며 국가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다. 이때 제례에 맞춰 울려 퍼지던 연주가 종묘제례악(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며 종묘대제와 종묘제례악은 2001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따라서 종묘제례악을 포함하는 종묘대제는 유형과 무형의 세계유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종합예술로, 1969년 복원된 이래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엔 지난 7일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런데 종묘대제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가려진 게 하나 있다. 바로 종묘 제정(祭井·사진)과 어정(御井)이라는 2개의 우물이다. 

우물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제사 의식에 있어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제례를 엄숙히 치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성한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정은 말 그대로 제사에 쓰는 우물이다. 제례 상에는 소·돼지·양 등의 생고기와 곡식, 나물과 과일 등이 올라가는데, 이 제수를 정화하는 데 제정의 물이 쓰였다.

제정은 제수를 장만하는 전사청(典祀廳) 동쪽에 있다. 깊이는 약 4m, 입구를 원형으로 만들었다. 외부로부터의 오염을 막기 위해 주변에 담을 쌓고 드나드는 문을 따로 설치했다.

서쪽 담장 밑으로는 배수구가 있고 제정 앞에는 찬막단(饌幕壇)과 희생대(犧牲臺)라는 2개의 제단을 설치했다. 찬막단은 음식, 희생대는 소·돼지·양 등을 검사하던 곳이다. 모든 제례는 격식과 절차에 따라 엄격히 거행됐으므로 왕이라 해도 함부로 제정의 물을 마실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례를 진행하느라 땀깨나 흘렸을 왕은 무슨 물을 마셨을까.

왕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종묘 밖 어정에서 떠온 물을 마셨다. 어정은 현재 종묘 앞 시민광장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56호로 조선 전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깊이는 8m 정도다.

어정에 관한 기록은 1930년 간행된 ‘경성백경’(京城百景)에 나와 있다. 당시만 해도 어정은 주변의 다른 우물물과 달리 맑고 찼다. 가뭄이 심해도 마르지 않았고, 홍수가 나도 넘쳐나는 법이 없었다. 여름엔 얼음처럼 시원하고 겨울엔 김이 피어오를 만큼 따뜻했다. 왕이 사용했다는 프리미엄과 함께 맑고 좋은 물맛으로 전국의 명물로 통했다. 

이 때문에 종묘에는 우물과 관련한 자취가 지명으로 남아 있다.

종묘가 위치한 훈정동(薰井洞)의 훈정은 더운 우물물이라는 뜻이다.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왔다는 말과 일치한다. 훈정동에 앞서서는 큰 우물이라는 뜻의 대정(大井)이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훈정동·인의동·종로 4가에 걸쳐 있는 마을은 한때 후정(後井·뒤 우물골)으로 불렸다. 우물의 역할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제정에도 어정에도 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종로를 따라 지하철이 뚫리고 종묘 아래로 지하주차장까지 생기면서 우물도 말라버린 것으로 보인다. 5월 이맘때 종묘 앞은 종로를 지나는 차량의 열기로 더 덥다. 우물 대신 시원한 수돗물이라도 콸콸 나왔으면 좋겠다.

글·사진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5100103343917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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